Chardonnay M
와인의 제왕' 샤토 뒤켐 본문
프랑스 혁명 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베르사유 궁전의 장미’.
- 14살때(왼쪽)와 30대의 앙트와네트 -
누구인지 금세 아시겠지요?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트와네트(Josèphe Jeanne Marie Antoinette.1755~1793)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여왕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로 베르사유 궁전의 트리아농관에서 생활하면서 아름다운 외모로 유명했으며, 별명은 ‘작은 요정’이었다고 합니다. 앙트와네트는 프랑스 혁명 때 파리의 왕궁에서 연행되어, 사치스런 생활로 국고를 축내고 반혁명을 시도했다는 죄명으로 처형되었습니다. 새삼 앙트와네트를 언급하는 이유는 그녀가 음식과 포도주의 조화를 처음으로 짝짓기했던 미식(美食)의 선도 주자였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는 생선에는 흰 포도주, 고기요리에는 적(赤)포도주, 디저트에는 달콤한 소테른 와인이나 헝가리 토카이 포도주를 곁들여 즐긴 왕족이나 귀족이 없었습니다.
- 샤토 라피트 로칠드(왼쪽)와 샤토 오브리옹 -
앙트와네트가 프랑스로 시집 와서 즐긴 와인은 샤토 라피트, 샤토 오브리옹, 샤토 마고, 샤토 뒤켐, 파이퍼 하이드식 샴페인 등 지금까지도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보르도와 소테른의 포도주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와인들 모두가 당시 미국의 프랑스 대사였던 토머스 제퍼슨 미국 대통령도 애용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유대인 최고의 명가 로칠드(Rothschild) 산하로 들어간 샤토 라피트는 “올림푸스의 신들이 마신다는 불로장생주만큼 젊음을 지켜주는 샘”으로 평가를 받았던 명품 포도주였습니다. 그라브 지역 최고의 와인인 샤토 오브리옹은 황홀한 풍미와 미끈한 피니시가 특징이며, 토머스 제퍼슨은 1787년 짬을 내서 이 포도밭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오브리옹의 1784년 빈티지를 맛본 토머스 제퍼슨은 “최고의 명품 와인으로 미국인의 입맛에 맞는다”면서 100여 병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이 오브리옹 와인은 그 후 미국 백악관의 매디슨, 먼로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 앙트와네트가 ‘보르도 최고의 와인’으로 손꼽은 것은 샤토 마고입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몇 년 전 소더비 경매에서 앙트와네트가 생존하던 당시의 샤토 마고 1787년산이 4억7800만원에 호가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매장 직원이 이 거액의 와인을 깨뜨리는 바람에 보험금 22억을 받아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이 1787년 샤토 마고는 토머스 제퍼슨이 소유했던 와인이라 더욱 비싼 값에 경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 디저트와 함께 즐긴 '달콤한 와인의 제왕' 샤토 뒤켐 -
생과일과 버터가 듬뿍 들어간 디저트인 튈르 오 프레즈(타일 모양의 과자와 딸기)도 앙트와네트가 특별하게 애착을 가진 요리입니다. 이 디저트를 먹을 때 ‘디저트 와인의 영원한 제왕’인 샤토 뒤켐(Château d’Yquem)을 곁들여 마셨다고 합니다. 1593년에 생산을 시작한 샤토 뒤켐은 일꾼 150명이 완벽한 상태의 포도 만을 골라 수확하는데, 한 그루의 포도나무에서 단 한 잔의 와인을 만드는 예술 작품입니다. 꿀처럼 끈적거리면서 달콤하고 우아한 뒷맛에 잔잔하게 퍼져나오는 입안의 향기 등 ‘신들만이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유명합니다. 프랑스인들도 ‘생애 가장 마시고 싶은 와인’으로 첫번째 꼽는 게 샤토 뒤켐인데 값이 너무 비싸 99% 이상이 단 한번도 시음을 하지 못하고 관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는 8년 전에 걸작 빈티지로 평가 받는 1990년 샤토 뒤켐을 후배의 생일 축하주로 마시게 되었는데, 저와 함께 있던 선배분이 그만 원샷으로 들이키는 바람에 ‘아픈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 앙트와네트의 가슴을 형상화한 샴페인잔 -
‘철없는 식탐의 여왕’ 앙트와네트는 길로틴(단두대)으로 끌려가기 직전에 간수에게 부탁하여 마지막으로 “푸아그라(foie gras,살찐 거위간)와 샴페인을 먹고 싶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푸아그라’란 거위를 5개월여 동안 어두운 우리 안에 가둬놓고 사료를 꾸역꾸역 많이 주어 운동을 시키지 않으면 간경화를 일으켜 간이 ‘배 바깥으로’ 나올 만큼 커지게 됩니다. 이렇게 ‘인공적으로 잔인하게 사육시킨’ 거위간을 말하는데 송로버섯이라 칭하는 트뤼플(truffle), 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캐비어(caviar)와 함께 ‘세계의 3대 진미(眞味)’로 꼽힙니다. 그녀가 즐겼던 샴페인 파이퍼 하이드식(Piper-Hiedsieck)은 아침을 깨우는 음료이자 욕조에서 물 대신 샴페인 목욕을 할 때 쓰인 포도주였습니다. 샴페인을 너무도 사랑했던 앙트와네트의 젖가슴을 형상화한 글라스는 셰브르의 한 도예가가 형상화한 이후 지금까지도 몇몇 회사들이 판매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마리 앙트와네트의 일생에서 비극은 푸아그라와 적포도주 그리고 샴페인에 애착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최후까지 맛의 제국을 추구했던 ‘베르사유 궁전의 장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그녀가 남긴 유산(遺産)으로 식전주부터 디저트 와인까지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양식(洋食) 문화가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미인(美人)은 박명(薄命)하였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미식(美食)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 BGM : T.S.Nam - Dreamy Fairy (꿈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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