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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수녀 본문
이해인 수녀 "스님, 연꽃으로 피어나십시오"
법정스님 추모글 (전문공개)
이해인 수녀의 추모글이 공개됐다.
2008년 암 판정을 받고 부산 성 베네딕토 수녀원에서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는
2008년 암 판정을 받고 부산 성 베네딕토 수녀원에서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는
애잔하면서도 잔잔한 추모 글로 법정 스님의 떠난 길을 그리는 이들의 마음을 달랬다.
종교를 넘나들며 자연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우정을 도탑게 쌓아온
종교를 넘나들며 자연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우정을 도탑게 쌓아온
이해인 수녀와 법정 스님.
추모 글 속에는 먼저 떠난 이를 향한 그리움과 그가 남긴 가르침에 대한 존경,
길상사에서 삶을 마감했다.
법정스님의 다비식은 3월 13일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엄수된다.
법정스님의 다비식은 3월 13일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엄수된다.
스님도 많이 편찮으시다더니 기어이 이렇게 먼저 먼 길을 떠나셨네요.
2월 중순, 스님의 조카스님으로부터 스님께서 많이 야위셨다는 말씀을 듣고
2월 중순, 스님의 조카스님으로부터 스님께서 많이 야위셨다는 말씀을 듣고
제 슬픔은 한층 더 깊고 무거워졌더랬습니다.
평소에 스님을 직접 뵙진 못해도 스님의 청정한 글들을 통해
우리는 얼마나 큰 기쁨을 누렸는지요!
우리나라 온 국민이 다 스님의 글로 위로 받고 평화를 누리며 행복해했습니다.
우리나라 온 국민이 다 스님의 글로 위로 받고 평화를 누리며 행복해했습니다.
웬만한 집에는 다 스님의 책이 꽂혀 있고 개인적 친분이 있는 분들은
스님의 글씨를 표구하여 걸어놓곤 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스님의 그 모습을 뵐 수 없음을,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합니다.
'야단맞고 싶으면 언제라도 나에게 오라'고 하시던 스님.
이제 다시는 스님의 그 모습을 뵐 수 없음을,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합니다.
'야단맞고 싶으면 언제라도 나에게 오라'고 하시던 스님.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대조'한 지 꽤나 오래되었다고 하시던 스님.
때로는 다정한 삼촌처럼, 때로는 엄격한 오라버님처럼 늘 제 곁에 가까이 계셨던 스님.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수행자라지만 이별의 인간적인 슬픔은 감당이 잘 안 되네요.
어떤 말로도 마음의 빛깔을 표현하기 힘드네요.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워 편지도 안 하고 뵐 수 있는 기회도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워 편지도 안 하고 뵐 수 있는 기회도
일부러 피하면서 살았던 저입니다.
아주 오래전 고 정채봉 님과의 TV 대담에서 스님은 '어느 산길에서 만난
한 수녀님'이 잠시 마음을 흔들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고백을 하신 일이 있었지요.
전 그 시절 스님을 알지도 못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수녀님 아니냐며
단감 20개를 사 들고 저의 언니 수녀님이 계신 가르멜수녀원을
방문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어린왕자의 촌수로 따지면 우리는 친구입니다.
어린왕자의 촌수로 따지면 우리는 친구입니다.
그저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담백하고도 아름답고 정겨운 도반이었습니다.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그날 헛되이 살지 않으면 좋은 삶이 될 것입니다…
한밤중에 일어나(기침이 아니면 누가 이런 시각에 나를 깨워주겠어요)
벽에 기대어 얼음 풀린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이 자리가
곧 정토요 별천지임을 그때마다 고맙게 누립니다'
2003년에 제게 주신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2003년에 제게 주신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어쩌다 산으로 새 우표를 보내 드리면 마음이 푸른 하늘처럼
부풀어 오른다며 즐거워하셨지요.
수녀의 조촐한 정성을 늘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도 하셨습니다.
누군가 중간 역할을 잘못한 일로 제게 편지로 크게 역정을 내시어
저도 항의편지를 보냈더니 미안하다 하시며 그런 일을 통해
우리의 우정이 더 튼튼해지길 바란다고,
가까이 있으면 가볍게 안아주며 상처 받은 맘을 토닥이고 싶다고,
스님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자비의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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