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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ly Virgin Mary (성모 마리아) 본문
The holy virgin Mary(성모 마리아) - 크리스 오필리
크리스 오필리 Chris Ofili
1999년 겨울, 미국의 심장부에 위치한 브룩클린 미술관은 영국에서 출발한 충격적인 전시를 관람하기위해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시작 전부터 격렬한 논쟁으로 몸살을 앓았던 이 전시 제목은 말 그대로 「Sensation」으로, 「프리즈(Freeze)」전을 시작으로 세계 미술의 트렌드를 견인한 영국의 젊은 작가군 YBA(Young British Artists)가 주축이 된 찰스사치의 컬렉션전이었다. 먹다 남은 사과를 오브제로 떡하니 내놓는가 하면 지저분한 속옷이 흐트러진 침대가 있고, 절단해놓은 소와 돼지를 포름알데히드에 담궈 절단면을 훤히 보여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러니컬한 냉소를 보인 이 작품들은 일상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예술과 리얼리티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고상한 문화생활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하얀 미술관의 큐브는 젊은 작가들의 발칙한 에너지를 수혈 받아 그야말로 ‘엽기’로 가득 차게 되었는데, 이들 중 가장 극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은 영국 출신의 흑인 작가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 1968~)의 작품 <성모 마리아(The Holy Virgin Mary)>였다. ‘성모 마리아’라는 지극히 성스러운 타이틀의 작품이 그 당시 뉴욕 시장까지 들고 일어날 만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까닭은 작가가 사용한 소재와 표현이 전례 없이 충격적인 탓이었다. 흰 피부색의 성스러운 모습으로 각인되었던 마리아의 형상은 흑인으로 표현 되었고, 마리아의 가슴에는 코끼리 똥이 오브제로 사용되었으며 배경에는 포르노 사진에서 따온 여성의 음부가 마치 마리아를 수행하는 천사처럼 둥둥 떠 있었던 것이다.
신성 모독이라는 논란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 속에 정작 작품을 제작한 작가는 가톨릭 신자라는 점이 이채로웠다. 작가는 왕립미술학교 시절 학교의 후원으로 아프리카를 여행할 기회를 얻었는데, 흑인이었던 작가는 그곳에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토속적 문화에 대한 관심은 곧 예술적 영감으로 환원되었고, 흑인 마리아의 형상과 코끼리 똥의 사용은 이러한 토템적 영감의 근원에 해당한다.
그렇다. 여성의 음부와 배설물을 역으로 보면 곧 근원에 해당하지 않는가. 흑인 작가가 자신의 진정한 인종적 뿌리를 아프리까 땅에서 찾은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뿌리는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배설물에서 잉태하며 우리는 음부를 통해서 생명의 첫 번째 빛을 맞이한다. 배설물을 단지 가장 더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음부를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적나라한 포르노그래피로 저급화 시키는 ‘해결하지 못한 과제’는 어디까지나 한끝밖에 보지 못하는 편견인 것이고, 작가가 그 편견에 통렬하게 정면으로 맞선 것은 작가를 이해한다면 그 작품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일지 모른다.
그렇게 머리에 핏대를 세우고 미술관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뉴욕 시장을 비롯하여 종교계의 갈등까지 겹쳐 어렵게 시작된 전시는 그 논란만큼이나 활황을 누렸지만, 편견으로 인한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 관람객이 크리스 오필리의 작품에 잉크로 ‘Don’t’라는 글씨를 쓰며 작품을 훼손하여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인데, 70이 훌쩍 넘은 노신사는 경찰에 연행되어 크리스 오필리의 작품이 신성 모독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해명한 바 있다. 훼손? 어찌보면 이 헤프닝은 훼손이라기보다 사회적 편견에 정면으로 들이대는 작품과 세상의 편파적 시선이 충돌하는 순간을 기록한 인터렉티브 아트의 한 장면처럼 통쾌한 느낌이 앞서기도 한다. 헤프닝으로 점철된 크리스 오필리의 작품을 완성시킨 일련의 퍼포먼스처럼 예술과 외설, 신성 모독과 편견이 충돌한 이 해프닝은 크리스 오필리의 작품을 또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했으며, 전시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 무렵 크리스 오필리는 세계적 예술가의 등용문 터너프라이즈의 최종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고, 세계미술을 주도하는 YBA작가들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여전히 논란 속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크리스 오필리나 데미안 허스트가 세계 정상급 예술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이들의 엽기적인 작품이 가진 강력한 실험정신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들의 선정적인 예술을 적극적으로 후원한 찰스사치와 같은 컬렉터, 보수적인 시각에 메이지 않고 이들의 작품에 활발한 의미를 부여한 이론가들과 터너상과 같은 영국미술의 내조는 세계의 수많은 미술학도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런던 행 비행기에 오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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